엄마, 난 왜 고추가 없어?

 

집에 놀러 온 남자 아이가

오줌을 누는 광경을 지켜보던 29개월 된 딸 아이의 눈이 갑자기 동그래진다.

 

대소변 가리기를 이제 완전하게 다 끝낸 딸 아이의 눈에는

아빠가 아닌 자기 또래의 남자 아이가 서서 소변을 누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였나 보다.

게다가 자기와는 다르게 생긴 남자 아이의 성기도.

자기도 오줌을 누겠다며 조그만 자기 변기에 앉더니

궁금하고 신기하다는 듯 자꾸 자신의 성기 부분을 들여다보고 또 만져 본다.

 

만지다 못해 남자 아이가 성기를 잡고 오줌을 누던 것처럼

자기의 속살을 마구 잡아 다니기까지 한다.

남자 아이의 엄마와 함께 그런 딸 아이의 모습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기저귀도 못 떼던 아이들이 이제 대소변을 가리고,

또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에 눈 떠가는 과정이 대견하고 기특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자신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뚜렷하다고 지금까지 느껴온 그 옆집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오빠는 남자니까 고추가 있고 너는 여자니까 고추가 없지."

딸 아이의 시무룩한 표정이 없었더라면 난 그냥 넘겨버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설명에 약간 풀이 죽은 듯

 

"엄마, 나는 고추가 없어?"

하고 되묻는 딸 아이를 보니

지극히 평범하고 어찌 보면 합당해 보이는 이 대답이 과연 옳은 것인가,

우리 아이에게 이렇게 가르쳐도 되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프로이트는 여성들이 남성의 성기를 경원한다고 했지만

어렸을 적부터 '있다'와 '없다'로 가르칠 때

오히려 그러한 생각은 학습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김유진

 

 

출처 : 삿가스 칼럼
글쓴이 : 삿가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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