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0쯤 되니 우리차가 자리를 잡고 운전수가 잠을 청한다. 꼴을 보아하니 잠자고 가자는 것 같았다. 엔진은 켜 놓고 비몽사몽으로 잠이 든다. 06:00쯤 되어 모두가 생리현상으로 바쁘다. 다시 출발하여 울란우데를 지난다. 시내를 벗어나 고개를 넘어가기 전에 식당에 들린다. 식당은 간판도 없다. 그런데도 차들은 많이 모여든다. 통나무집으로 최근에 꽤 돈좀 들인듯 하다. 식당에 들어서니 조그만 가게가 있고, 세면대가 하나 있다. 세면대는 열차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물을 막는 것은 없고 수도꼭지 아래를 올려야 물이 나오는 것이다.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하고 만두하고 계란후라이 하나씩 먹는데 만두가 좀 이상하다 위에 구멍이 뚫려 있다. 속안에 든 물을 먼저 마시고 먹는단다. 무조건 따라해 본다. 에고 엄청 짜면서 느끼하다. 만두도 엄청 짜지만 어쩔수 없지 않은가 살기위해선 먹어야 하는 것을. 아침을 해결하고 계속 달린다.. 어 근데 눈발이 보인다. 산위에는 제법 많은 눈이 보인다. 걱정이 된다. 두시간 정도를 달리니 바이깔호수가 보인다.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파도가 거쎄다. 우릴 위해서 중간쯤에 바이깔을 구경하도록 차를 세운다. 불어오는 바람이 매섭다. 엄청 큰 통나무들이 밀려와 물가에 자리하고 있다. 추위 때문에 사진도 대충 찍어야 했다.
바이칼호수 옆에 있는 슬루잔카 시내를 막 빠져나가는데 검문소가 보인다. 우리차가 걸렸다. 그간 몇 개의 검문소를 검문없이 잘 통과 했었는데... 러시아파트너, 운전수가 나서서 뭐라뭐라 그런다. 해결이 안되는지 다시 오더니 여권을 모두 달란다. 순수하게 내어주고 무슨일이야 있겠냐고 내려서 담배 피우고 사진찍는데 사진 찍지 말란다. 지나가는 트럭은 모두 세워 짐칸 열어보고 아주 느리게 어슬렁거린다. 우리는 뭐가 잘못되었는지 해결이 잘 안되는 모양이다. 한참 후에야 경찰서로 따라오란다. 모두 카에 타고 슬루잔카 경찰서로 갔다. 한참 후 안내자가 나오더니 그녀석 처벌해 달라고 했단다. 아무 문제 없는 사람을 끌고 왔으니 처벌받아야 당연하겠지. 중국인들은 이런때 돈으로 해결한다 한다. 실제로 결찰들이 바라는 것도 돈이고 그런데 중간에 러시아인이 끼어 있으니 돈준다해도 아니 듣더니만 결국은 징계........... 그런데 한사람의 출국신고서가 없어졌다. 문제가 생긴 것이다. 경찰이 화장실 가져가서 한 장을 고의로 빼버린 것이다. 출국신고서는 결국 문제가 될 뻔 했다. 이 때문에 두시간을 소비했다.
어르신이 일전의 얘기도 곁들여 들려준다. 열차에서는 내리기 한시간 전에 배급해 준 담요, 베게, 매트 피를 회수한다. 그런데 베게피 하나가 없어 졌다고 물어내라해서 안가져 갔다고 그러니 경찰서로 가자해서 도묵으로 몰리기 싫어서 따라가서 트렁크 모두 쏟아내고 난리를 쳤단다. 그저 돈으로 해결하면 되었을 것을 처음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한국인은 중국인과는 다르다는 그런 사명감으로 하셨단다. 그 용기와 선구자적인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이르쿠츠크로 넘어가는 고개는 그리 높지 않았는데 내려가는 길은 한시간을 내려가도 내려가는 길만 나온다. 이르쿠츠크 시내로 들어서니 17:50분 퇴근시간이다. 차량들이 엄청 밀린다. 양보없이 머리를 들이미는 건 서울보다 더 한것 같다. 결국은 우리차의 사이드미러를 다른차가 치고 나갔다. 그리곤 모르는 척 가버린다. 우리차 운전수도 아무 말없이 떨어진 미러만 주워달래서 가지고 그냥 간다. 우리 같으면 난리 났을 텐데.
18:15 1120km를 22시간 걸려서 이르쿠츠크 대학연합회 도착했다. 도로가 넓지 않은 생동감 있는 도시였다. 공장들도 좀 보이는 것 같고 아파트도 건설중인 현장이 많이 보였다. 대학연합회는 시내 한복판에 있었다. 약 한시간의 일정으로 간략한 미팅을 마치고 곧바로 리턴을 시작했다. 점심도 먹지 않은 체 저녁 시간이 되도록 미팅하고 쉴 틈도 없이 시내를 빠져나온 것이다. 어르신 한분이 배가 고팠는지 저녁은 어디서 먹느냐 묻는다. 일단 시내를 벗어 났으니 슬루잔카까지 가자고 한다. 고개넘어 내려가다 굴톡이란 곳에서 저녁을 먹는다. 음식은 짜서 먹을 수가 없다. 짜지 않은 빵쪼가리 입에 물고 허기를 달래본다.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 또 출발이다. 시간따윈 아예 체념이다. 내일 저녁이나 되어야 호텔에 들어 가겠지. 국방부 시계 돌리듯 시간만 흘러가길 바라고 있었다.
산길로 접어드니 길바닥에 눈이 쌓여 있다. 꾀 쌓인것 같다. 길에 차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우리차는 겁이날 정도로 쎄게 달린다. 아무리 러시아에서 눈길을 많이 달려봤다 하더라도 무리인 것처럼 보인다. 에라 모르겠다 운전수 믿고 잠이나 자자
00:40분 열차를 탄지 40시간 걸려서 치타역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리자 등치 좋은사람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게르만(47세), 사느쉬(중국합작 정유회사 사장), 와샤(42세). 와샤는 몸집은 좋은데 다리를 절룩거린다. 나중에 알고보니 체첸과의 전쟁 때 총상을 입었다고 한다. 변두리에 있는 파나마시티호텔에 여장을 풀고 잠을 청한다. 아침을 일찍먹고 일정에 대해 협의를 하는데 통역이 혼자 다 얘기한다. 통역이 없이 한국에서 간 사람편에서 얘기한다는데 그게 맞는 것인지. 참으로 이상한 통역이었다. 한참을 싸우는 것 같았다. 어이없는 일을 보고 있어야 했다.
회사의 준비금을 예금하기 위해 은행으로 갔다. 은행앞에 도착하니 5분만 기다리란다. 승합차 안에서도 못나오게 막는다. VIP룸으로 안내를 받았다. 여행자 수표로 해서 6명이서 나눠서 입금을 하는데 은행직원이 답답해 보인다. 뭐 그리 머리가 제대로 안돌아 가는지 실수없이 하려는 것인지 너무 느리다. 컴퓨터는 좋은데 프로그램은 도스 프로그램인 것 같다. 그림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도 없다. 예전에는 3시간 걸렸다고 일러준다. 이번에도 2시간 이상은 걸린것 같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조금 늦은 3시반에 치타시 정책조정관과 함께 식사를 했다. 건배를 제안한다. 건배의 잔은 모두 비워야 한다. 건배는 보통 식사를 하기 전부터 시작한다. 첫잔은 만남의 기쁨, 두 번째 잔은 서로가 잘되기 위해서, 세 번째는 왼손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우정(다짐)으로 건배를 한다고 한다. 왼손으로 하는 이유는 왼손이 심장과 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19:15분 저녁도 먹지 않고 짐은 방 하나에 몰아넣고 승합차를 타고 이르쿠츠크로 출발했다. 바로 외곽도로로 진입했다. 약 15시간 걸린다고 귀뜸해 준다. 거리를 물어보니 1200km란다. 고속도로를 달리면 12시간에 플러스 3-4시간이면 되겠구나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2차선 국도로 계속 달리는 것이다. 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니 도로의 로면 상태가 엉망이다. 앉아 있지 못할 정도로 뛴다. 가끔씩은 공사구간도 있었는데 우회하는 곳은 비포장에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가야한다. 12시경에 조그만 가게가 있는 곳에서 차가 멈췄다. 조그만 가게다. 밤이 되어서 그런지 날씨가 추웠다. 계란하나에 차 한 잔씩 마시며 추위와 노독을 달래본다. 여기 가게에 들어온 다른 손님들은 꼴들이 꾸질꾸질하다. 기본적으로 씻을만한 물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꼭 거지 모습처럼 보인다.
생리현상은 차가 멈추면 아무데서나 해결하면 된다. 쓰레기는 길거리에서도 아무렇게나 버린다. 호텔 베란다에서도 아무렇게나 담배를 아래로 던지면서 ‘노프러브럼’이라 말한다.
러시아의 승합차는 이스타나(쌍룡)가 상당히 많이 보인다. 한국에 있는 수량보다 더 많은 것 같았다. 시내버스는 대우버스가 많은 편이다. 한국의 시내버스를 노선번호, 행선지 등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운행하여 가금은 웃어본다. 서울역, 영등포, 종로가는 버스들이 보인다. 검문소에서는 검문에 걸린 경기체육고등학교 버스가 있어서 단체로 걸렸구나라고 착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