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다. 가도가도 그러한 풍경에 그러한 공간. 보드카를 마시고 잠을 청해본다. 중간 정차역에 내려 바람을 쐬 보기도 하지만 바람이 차다. 하바롭스크는 늦여름이었는데 하루정도 열차를 타고 오니 기온이 사뭇 달라진다. 식사도 문제다. 아침은 거의 건너뛴다. 점심 주는 것은 일단 억지로라도 먹고 저녁은 가져간 컵라면에 햇반으로 떼운다. 햇반에 물을 부어 고추장 풀어 먹는 그맛이 거기선 좋았다. 속도 편해지고...
러시아의 기차역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입장료 이런것은 전혀 필요없다. 장사하는 사람들도 열차가 도착할 때 쯤에 좌판을 벌렸다가 열차가 출발할려고 사람들이 올라타면 바로 좌판을 걷어 버린다. 역에 따라서 좀 큰 마가진(상점)이 있는 곳도 있지만 내무분은 끼오스크가 주류를 이루고 몇 가지만을 들고 나와 파는 아주머니, 아가씨들이 많았다. 가격도 동네마다 차이가 있지만 호텔을 제외하곤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제법 큰역인데.......
마가진도 있다......
손가락질만 가능하다....
점심이다....
220V용 플러그....... 야간에는 되던데..
자작나무
차량 한칸에 38명이 탄다..
2명이 타는방도 있다.
끽연실.......
저녁은 햇반으로....
밖에는 눈이 날리고
슬리퍼로 밖에 나온다....
커피잔...유리잔은 너무 얇아서 조금만 부딛혀도 금방 깨진다... 우리도 2개나 깨먹었다.
아침 일찍 식사를 했다. 일행중 노인분이 둘이나 계셔서 늦잠이란 생각도 못한다. 식사는 부폐식으로 먹을만 했다. 10:30분 하바롭스크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기위해 2시간전부터 준비를 끝내고 자기 동생집으로 잠자러 간 통역을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40분전...전화를 했다 지금 가고 있다 15분이면 도착한다. 좀 늦은것 같은데 그냥 빨리 오라만 하고 끝는다. 10:10분이 되어도 나타나질 않는다. 또 전화를 한다. 5분이면 도착한다고 한다. 10:20분이 되어야 도착한다... 부랴부랴 짐을 싣고 역으로 간다. 승용차에서 내려 엄청 뛰었다. 트렁크에 햇반 박스에.... 죽는줄 알았다. 열차가 막 출발하기 직전에 열차에 트렁크 집어 던지고 난리를 쳤다. 겨우 올라타 한숨을 돌리는데 통역 웃으면서 하는말이 이래야 재미있지요라 한다. 꼭지 돌아 버리는 줄 알았다.
방(좌석이 아니라 와석이라 해야 맞을 듯)을 찾아 들어가니 차장이 시트카바를 가져다 준다. 먼저 류진의 시범을 보고 그대로 따라서 하는 데 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베게커버를 씌우고, 매트, 담요 커버를 씌웠다. 침대는 들어올리면 재껴지도록 되어있다. 트렁크는 1층 침대아래 및 2층에 복도쪽의 선반에 넣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모든 정리가 끝나니 할 일이 없다. 근데 또 뭔가를 주고간다. 아침 도시락이다. 샐래미와 웨하스 및 비스켓 한쪼각씩, 커피, 설탕이 전부다. 한국 사람이 먹을 만한 것은 없다. 샐래미는 왜 그리 짠지 먹어보려 했으나 느끼하면서 짜서 먹을 수가 없다. 돌아다닐 수 있는 동선은 열차 한칸 이내이다. 화장실부터 담배피우는 공간까지. 할 일 없이 창밖을 내다보는 매미가 되어본다. 창밖은 거의 비슷한 광경이다. 자작나무, 가끔 삼나무, 들판, 사람이라곤 선로 보수하는 사람들... 이런 상태로 40시간을 가야한다. 꼬박 이틀이나 된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류진을 불렀다. 바디랭기지 플러스 콩글리쉬 플러스 한국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의사소통을 해본다. 결국 성과는 건져 올렸다. 나이를 물어보니 36(37)세이다. 그럼 앞으로 나를 부를땐 형님이라 부르라고 했더니 제법 잘한다. 지금 여기 세명 모두다 형님이니까 날 큰형님이라 했더니 역시 잘한다. 키가 175cm에 몸무게가 100kg이 큰형님이라 부르니 기분이 좀 좋아진다. 제자를 키운 보람을 느낀다. 뭐 지말로는 하바롭스크, 우스리스크, 블라지보스톡에 각 한명씩 애인이 있다고 그러던데 실제로 하바롭스크에서는 열차가 역에서 정차하는 동안 애인 만나서 꼬냑 한병 들고 들어왔고 블라디보스톡에서는 밤새 놀다가 새벽 4시에 들어왔다. 그래도 마지막 아르쩜공항에서 헤어지던 날은 눈물까지 보인 여린 녀석이었다.
16:30 하바롭스크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군복입은 사람들이 보인다. 계급을 보니 별이 2-3개씩이다. 큰 별은 아닌것 같고 작은 별이다. 기내에서 출입국신고서를 작성하여 입국신고서를 여권과 함께 내밀었다. 한 사람씩만 통제하여 내민 서류를 검토하고 도장을 쾅쾅 박아서 내준다. 내민 것을 살펴보니 입국신고서는 가져같고 출국신고서반쪽으로 도장이 찍혀있다. 가로막는 문짝은 한사람이 통과할 때마다 텅텅 소리를 낸다. 좀 시끄럽다. 그러나 직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 바로 뒤에는 세관검색대가 있었다. 일행중 앞에서 누가 소리쳤다. 손가방하나만 통과 시켜라. 이게 다 인가 싶을 정도로 간단했다.
밖으로 나오니 대합실이 너무나 비좁다. 대합실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정도의 넓이에 이것도 공항이랄 정도이다. 밖에 나가니 유진(처음에는 보디가드 인줄 알았슴)과 다른 2사람이 마중 나왔다고 한다. 숨돌릴 틈도없이 승합차 한 대와 승용차 한 대에 나눠타고 호텔로 향했다. 가는 도중 환전을 하기 위해 은행으로 들어섰다. 은행 출입문은 유리문이 아닌 철대문이었다. 들어가니 좁은 창구가 하나 있고 환전하는 곳은 2-3명이 줄서 있다. 순서를 기다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달러를 내미니 그만한 돈이 없다한다. 다시 차를 타고 다른 은행을 찾아갔다.
환전 후 하바롭스크역에 들어가 열차표를 샀다.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고 여하튼 내일표를 산다한다. 오고가는 도중에 군인복장이 많이 보인다. 지나가는데 가끔씩 쳐다보는 느낌을 받는다. 여권을 모두 집어넣고 표를 빨리 내어주기를 기다리는데 엄청 느리다. 4개씩 표를 끊고 맞는가 다시 확인하고 돈은 계산기를 두드려 보여준다. 36,176 루블리 36,500루블을 집어넣으니 또 뭐라한다. 잔돈 없느냐고 그런다나. 없다고 버텼다. 표에는 금박까지 그려져 있다. 비싸니까 그 정도로 만든 모양이다.
어렵사리 내일 치타로 출발하는 열차표를 구매하고 호텔로 갔는데 프론트가 있고 그 앞쪽에는 모니터만 주시하는 아저씨가 있다. 이 아저씨는 경비원이란다. 24시간 교대로 경비를 선다하는데 뭐 여인숙 같은 곳에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체크인을 하고 5층으로 걸어 올라가니 2층하고 4층에 사람이 상주하고 있다. 4층에서 키를 받아 룸에 가방을 대동뎅이 치고 바로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호텔과는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었고 부산식당이라는 곳이었다. 메뉴판을 가져오는데 아주 두꺼워 보인다. 한식은 다행히도 한글이 적혀 있었지만 다른 것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 러시아글자가 어찌 생겼는지도 모르고 갔으니 말이다. 여기에서 물 한잔도 내어주지 않는다. 물을 먹고 싶으면 사먹어야 한다. 밥 한 그릇에 처음 접하는 보드카 한잔 걸치고 식당을 나섰다. 콜택시를 불렀다는데 택시는 안보인다. 알고보니 지붕에 ‘택시’라고 쓰여있지 않아도 택시라고 한다. 택시회사에 등록하고 건당 얼마씩 떼어주고 버는 지입제 같은 형태이다.
호텔(자라)에 들어가니 류진(안내원)이 겁을 팍 준다. 절대로 밖에 나가지 말 것이며, 방문은 자기가 이름을 얘기하면 두드리기 전에는 열어주면 안된다.라는 얘길 한다. 피곤하여 일찍 잠을 청해보지만 쉽사리 잡이 들지 않는다.
이때 누가 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나야’ 다른방에 주무시는 형님이시다. ‘뭐해 벌써 자’라면서 밀고 들어 올려다 ‘담배 한 대 피우게 나와’란다. 우린 모기 잡느라 혈투를 하고 있다. 방안에 가보니 도구(수건)가 피 범벅이다. 그리고 계속 혈투중이다. 우리방엔 없는데라고 자신있게 얘기하고 왔더니 한 마리가 보인다. 에고 아침에 일어나니 서너마리가 비행중이다. 베란다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다른 방 쪽을 보니 여자 신발이 보이고 훤이 터져 있는 것이 아닌가. 창문을 열어 놓았다면 큰일날 뻔 했다.